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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와 서순라길 [세계문화유산이 핫플이 되기까지]

by 언제나타인 2024.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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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와 서순라길

 

너무나 더뎠던 여름이 지나가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가을이 아직 오지 않은 것만 같아 자꾸 마음을 조급해지게 하더니 며칠 밖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훌쩍 지나가려는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주 서울의 가을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 싶어 나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종묘와 서순라길에 다녀왔다.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고 오래된 옛 것이라고만 치부하던 시절을 조용히 견뎌 핫플이 된 종묘와 서순라길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가을이 온 세계문화유산, 종묘 

서울을 살면서 꽤나 많이 이 앞을 지나가기만 했었지 들어가서 관람을 할 생각을 해본 적이 사실 별로 없다. 종묘라고 하면 왕실의 사당이라 생각한 정도? 그런데 문득 지도로 본 종묘는 꽤나 넓었고 율곡로를 우연히 산책했을 때 본 종묘는 궁만큼이나 아름다워 보여 주말에 종묘에 다녀오게 되었다. 

 

 

 

기본 정보 

 

 

관람 시간 

종묘의 관람 방법은 일반 관람(자유 관람)과 시간제관람(해설사와 함께 1시간 정도 관람 후 퇴장)으로 나눠진다. 

  • 일반관람주말 및 공휴일, 문화가 있는 날만 해당[오전 9시부터 9~10월은 오후 6시까지이며 오후 5시에 입장이 마감된다. 11월부터 1월까지는 오후 4시 반에 입장이 마감되며 5시 반까지 가능하다.
  • 시간제 관람은 화요일을 제외한 주중에 가능하며 언어별로 시간이 다르며 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있다.

 

 

입장료

  • 내국인은 만25세~만64세까지 모두 1,000원이며 외국인은 만 19세부터 만 64세까지 1,000원이다. 
  • 내국인의 경우 만 24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신분증 지참), 외국인의 경우 만 18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은 무료이다.

종묘 입장권

 

주차 

종묘관리소에서 따로 주차시설을 운영하고 있진 않지만 '종묘 공영주차장'이 유료로 있다. 24시간 운영이며 5분당 400원씩하고 있다. 

 

후기 

사실 일반관람이 매일 가능한 지 모르고 갔는데 다행히 주말은 일반관람이 가능해서 매표소에서 바로 표를 구매하고 입장했다. 입장하면서 아쉬운 장면을 본 게 어린아이를 할머니와 엄마가 데리고 입장하는데 표를 엄마 표만 구매해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어르신은 이미 들어갔다 다시 나온 거라고 우기고, 아이는 미취학아동이라고 우기며 검표하시는 분을 난처하게 하고 있었다. 장 인원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만 24세 이하는 무료이긴 하지만 매표소에서 꼭 표를 받아 입장해야 한다. [어짜피 어른 표를 구매할 때 그냥 아이를 포함해 입장 인원을 정확히 말하자.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종묘 내 연못

종묘는 왕실의 사당으로 1395년에 현재의 자리에 창건되었고 점점 모시는 신주가 늘면서 중축하게 되어 현재의 크기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교과서에서 본 종묘는 '정전', 신주를 모시는 건물만 사진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종묘 안으로 들어왔을 때 궁처럼 넓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망묘루 앞에서

종묘가 넓긴 해도 경복궁만큼 넓은 건 아니다. 딱 한시간정도 넓게 산책하며 걷기 좋은 정도?  날씨가 좋아서 선글라스를 쓰고 돌아다녀도 이제 덥지 않은 가을이란 게 느껴졌다. 

 

향대청 입구에서

개인적으로 이 단청은 가을의 빛깔과 만났을 때 가을을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다. 본능적으로 가을에는 궁능을 찾아다니는데 아마 이 단청의 색과 가을의 조화가 잘 맞아 서지 않을까? 

 

재궁 담벼락
재궁 담벼락

종묘제례는 과거에는 1년에 5회 진행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에는 매년 5월, 11월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다. 마침 우리가 간 날인 11월 2일이 종묘 추향대제였는데 우리는 종묘제례 행사가 있는지 모르고 갔던 터라 끝난 직후에 갔다는 걸 알게 되어 아쉬웠다. 

 

종묘 곳곳이 낙엽이 떨어지고 가을의 색을 찬란하게 빛내고 있었는데 위의 사진처럼 줄로 못 들어가게 쳐진 부분을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다 큰 자녀(중고딩쯤)한테 들어가서 나무 열심히 흔들어가며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는데 그 뒤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따라 하려고 줄 서고 있어서 화가 났다. 사진 찍지 말라고 하니 후다닥 가는 걸 보면 부끄러운 줄은 아나보다. 중국인 관광객은 내 눈치 보고 우리가 가면 들어가려고 하고 있길래 옆에 계속 서서 지켜보고 있으니 결국 가버렸다. 뭐 나라에 큰 업적을 세우게 키우진 못해도 하지 말아야할 짓은 똑바로 가르치며 키우자 제발]

 

종묘에 있는 나무들에 든 가을

재궁 뒤, 전사청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나무들이 정말 예뻤다. 시간이 된다면 재궁에서 전사청으로 가는 길을 따라 한 바퀴 돌면 재궁 뒤쪽 담벼락을 등지고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보존하고 눈으로만 봐줘야 다음 사람도 이런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영녕전

아쉽게도 우리가 간 날은 정전이 공사 중이었다. 그래서 종묘 추향대제도 지금 보이는 사진처럼 영녕전에서 진행이 된 듯 싶었다. 정말 신기하게 이 날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이제는 정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이 말이 와닿는 시기가 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옛 일본의 쇼와시대처럼 우리나라의 문화 절정기가 도래한 게 아닐까? 다만 이 시기가 꺾이지 않게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한국 문화를 잘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유럽에 온 듯, 핫플이 되버린 서순라길 

 

오전에 종묘를 한바퀴 돌고 나니 앉아서 천천히 주말의 가을을 느끼고 싶어졌다. 사실 계획은 종묘를 돌고 난 후 점심을 서순라길에서 먹는 거였는데 아침을 묵직하게 먹고 나온 터라 배가 꺼지지 않았다.

 

우선 점심은 보류하고 미리 찾아둔 카페를 가기 위해 서울 공식 관광정보 웹사이트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봄, 가을에 유독 더 예쁜 서순라길을 걷기로 했다.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예전 종묘를 순찰하는 순라청 서쪽에 위치한, 종묘 담벼락을 쭉 따라 종로3가역 근처에서부터 창덕궁 앞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종묘 출입구에서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꺾으면 서순라길로 바로 이어진다. 

 

종묘 담벼락을 따라 걷는 서순라길

서순라길은 이 담벼락을 마주보며 걷는 길을 따라 쭉 테라스 카페, 펍, 캐리커처, 악세서리집 등등이 위치하고 있다. 날이 좋아 카페테라스(라고 하지만 마치 유럽의 길거리처럼 길가에 그냥 앉는 테이블이 무심이 툭 있는 그런 느낌)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이면서 걷는 길 곳곳이 마치 유럽의 한 거리를 걷는 느낌을 주었다. 

 

우리는 미리 '북카페'라고 해서 찾아둔 카페 파이키에 갔다. 도착해서는 약간 당황스러웠는데, 사람이 길가 자리까지 빼곡히 꽉 차 있어서 지도를 보고 가지 않았다면 지나치고 말았을 것 같았다. 

카페 파이키에서 음료를 받고

아쉽지만 내부에 있는 자리라도 앉아서 주문했다. 역시나 나는 라떼, 남편은 아아. 다행히 디카페인이 있어 커피 한 모금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큰 기대하지 않았는데 커피 원두 맛이 독특하니 맛있어서 감사했다. 종묘까지 갔으니 기념으로 아빠한테 물려받은 필카도 챙겼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어서 사진을 많이 못 찍어서 아쉬움.

아쉽게도 카페 전경을 찍기엔 협소한 공간에 사람이 너무 많아 카페의 모습을 담지 못했다. 

파이키 내부 좌석파이키 북카페 맞나보다

그래도 막상 내부를 들어와 자세히 보다보면 여기저기 북카페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이 박스들이었다. 각각의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들과 책에 대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작은 노트가 들어있었는데 평일에 한 번 더 방문해서 천천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소감 

가을의 옷자락 끝을 붙잡고 떠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고 싶은 주말의 종묘는 매력적이다. 일반관람이 가능한 주말 오전에 종묘를 걸으며 한국 문화의 위상이 올라간 걸 보고 뿌듯해할 조상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걷다 보면 한 바퀴가 딱 끝난다. 다리도 쉴 겸 종묘 담벼락을 마주 보는 아무 카페에 가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서순라길까지 걸으면 뿌듯한 주말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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