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드디어 서울 시내에서 알록달록해진 나무들과 낙엽을 볼 수 있었던 가을이 다가온 날들이었다. 우리 부부가 결혼을 하고 연례행사처럼 가는 북촌사진관과 북촌에서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카페와 디저트 가게를 추천하려고 한다.
셀프 스튜디오, 북촌 사진관
매년 결혼기념일이 되면 우리는 북촌을 찾는다.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장소에서 결혼기념일을 맞아 오래도록 결혼을 한 날을 뒤돌아보며 올해를 기억할 말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북촌사진관은 결혼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싶어 처음 찾았던 4년 전부터 꾸준히 찾고 있는 셀프 스튜디오이다.
위치 및 기본 정보
북촌사진관은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서울공예박물관 옆 길로 쭉 올라가면 나온다. 도보로 10분이 채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주차 공간은 북촌의 대부분의 가게가 그렇듯 따로 없어 근처의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기존에는 작가 스튜디오 촬영이 가능했으나(작가 스튜디오 촬영만 한남동으로 이전) 현재는 셀프스튜디오와 한복을 입고 찍는 사진을 북촌사진관에서 하고 있다.
기본 셀프 촬영 시간은 20분이며 셀렉 시간도 20분으로 제한된다. 예약은 네이버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운영 시간 및 가격
-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보정 후 출력된 사진을 당일에 받으려면 오전에 촬영을 해야 한다. 오후에 촬영한 후 사진을 당일에 받으려면 촬영 후 3~4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서 예약해야 한다.
- 흑백 촬영 : 40,000원
- 컬러 촬영 : 50,000원
- 흑백+컬러 촬영: 60,000원
원본 구매 및 9 분할 사진을 추가할 경우 20,000원 추가금이 붙는다.
실제 후기
일 년만에 찾은 북촌사진관은 내부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리는 매년 결혼기념일에 같은 느낌의 사진을 찍는 게 좋아 매년 같은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거였는데 내부 변화는 사진 결과에도 변화를 주었다. [뒤에 다시 설명]
북촌사진관은 이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다. 내려가는 길에도 결과물들이 걸려있다.
아래 사진처럼 파란 배경은 작가 촬영으로 찍었을 경우만 가능하고, 일반적으로 셀프 촬영의 경우 흰색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주의 사항은 사진 촬영 10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약 시간은 촬영 시작 시간으로 일찍 도착하더라도 10분 전에 셀프 스튜디오로 입장할 수 있고 그 전까지는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항상 도착해서 얼굴이랑 옷맵시를 점검하기 위해 일찍 도착하려고 하는 편이다.
기존에는 작가 촬영 스튜디오 1곳과 셀프스튜디오 2곳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한복을 고르는 곳과 한국적인 배경에서 한복을 입고 촬영하는 스튜디오 한 곳(외국인들에게 나름 인기 있는 코스인 거 같았다)과 셀프스튜디오 한 곳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메이크업을 점검할 수 있는 곳이 있고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뒷쪽으로 셀렉할 수 있는 컴퓨터 자리가 있다. 일찍 도착하면 이렇게 메이크업을 미리 점검하며 대기하면 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티슈, 빗, 헤어에센스, 롤 같은 게 비치되어 있긴 하지만 이용하진 않았다.
막상 사진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에 입장하면 입장하자마자 설명을 우다다하고, 바로 20분 타이머가 시작되기 때문에 내부를 찍지는 못했지만 위의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곳이 셀프스튜디오이다. 내부에는 다양한 의자들과 간단한 디데이 달력, 꽃다발과 같은 소품이 있어 사진 찍을 때 용이하다.
작년까지는 비치되어 있던 아이폰으로 타임랩스를 찍어주셔서 에어드랍으로 영상을 받았던 거 같은데(기억이 확실하진 않음) 올해는 핸드폰 거치대가 있어서 내 폰으로 타임랩스를 누르고 촬영하는 장면을 폰으로 찍을 수 있도록 해줬다. 직원분께서 들어가서 리모콘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주의사항을 읽은 후에 타이머 20분을 시작한다.
매년 무슨 포즈를 해야할 지 허둥지둥하다 시간에 쫓겼는데 네 번째쯤 되니 서로 손발이 척척 맞았다.
나름 우리의 셀프 촬영 꿀팁이라고 하면 1. 비슷한 자세로 5~6장 정도 찍기 2. 서로 바로 마주 보는 장면은 얼굴이 너무 안 나올 수 있으니 마주 보는 장면을 찍을 땐 살짝 고개를 기울여 앞쪽을 바라보기(서로를 정면으로 보지말기) 3. 자세가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의자를 바꾸기 (의자 종류가 4가지 정도 되는데 모두 다 활용해 보면 좋다)
사진 셀렉 역시 20분이 주어지는데 타이머로 재고 있는 건 아니라 찍을 때보단 한결 마음이 여유롭다. 우리는 매년 흑백+컬러 사진 촬영 조합에 9분할 사진을 추가한다(9 분할 사진을 추가하려면 원본 사진을 구매해야 한다)
수정본은 전체 사진에서 두 장을 고를 수 있고 9 분할은 보정은 해주지 않는다(우리는 사진을 메일로 받은 후 따로 보정한다)
아쉬웠던 부분 & 결과물
아쉬웠던 부분 1. 수령까지 걸린 시간
셀렉한 후 우리는 당일에 사진을 받고 싶었고 수정은 두 시간 반이 걸리고, 보정본을 본 후 추가 보정해야 할 부분을 서로 상의한 후 출력을 요청하면 출력이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우리는 북촌 데이트를 하면서 대략 3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고 주차 시간도 그렇게 해두었는데 결과적으로 사진 보정본을 처음 받기까지 3시간이 넘게 걸렸고 출력을 요청한 후 실제 출력본을 수령하기 위해 갔을 때 9 분할 사진을 잊고 해두지 않은 상태였다.
작년의 경우는 다음 날 수령하기 위해 다시 찾았었는데 사진을 두고 갔다고 했으나, 약속과 달리 우리 사진이 없어 결국 배송받아야만 했었던 점도 있다.
결과적으로 수령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속한 시간보다 약간 널널하게 생각해 둬야 속이 편하다.
아쉬웠던 부분 2. 색감
컬러를 선택하면 3가지 색감 중에서 고를 수 있고, 흑백의 경우 두 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우리가 같은 스튜디오를 찾는 이유는 매년 같은 색감으로 사진을 셀렉해서 기념하기 위해서인데 작년부터 사진 프리셋이 변해버렸다.
맨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처음 2년 동안은 색감이 동일했는데 작년부터 같은 베이지 색을 골랐는데 색감이 더 쨍해진 느낌이랄까. 기존 프리셋과 다른 색감이었다. 그래서 작년 같은 경우 우리가 기존 촬영본을 보내 색감을 얼추 맞췄는데 올해의 경우 스튜디오가 구조 변경이 생기면서 기존 바닥과 색상이 달라진 문제로 색감을 보정하는 데 한계가 생겼다. 그래서 같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느낌이 약간은 희석된 느낌.
결과물
흑백의 경우는 사실 색감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데 왼쪽 컬러 사진본의 경우 베이지가 좀 더 누런끼가 든 프리셋으로 변한 듯하다. 약간 색감을 뺀 상태여도 여전히 누런 느낌.
추가로 촬영을 할 때 카메라 위치가 예전보다 좀 더 앉아서 촬영하면 더 잘 나오는 위치로 조정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촬영을 할 때에는 앉아서 사진을 찍는 걸 추천한다.
9 분할 사진의 경우는 이런 느낌으로 우리가 9 분할 위치에 배치하고 싶은 사진을 직접 고르기 때문에 좋고, 레터링 서비스로 우리는 매년 그 해의 대표밈을 활용해 문구를 넣고 있다.
말러의 교향곡과 같은 북촌 카페, 아다지에토
가을이 되니 본격적으로 북촌이 북적북적했다. 핫한 카페들이 모두 위치한 만큼 카페끼리의 경쟁이 심할 텐데도 꽤 오래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다지에토 카페를 우리는 좋아한다.
위치 및 기본 정보
안국역 근처에서 조금 멀어져서 삼청동 거리에서 한 블럭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북촌 골목에 위치한 카페답게 역시나 주차는 불가능하다.
운영시간
- 매일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7시까지만 운영한다.
실제 후기
삼청동 거리의 북적거림에서 한걸음 물러난 느낌의 카페. 적당히 오래되었지만 깔끔하게 관리된 모습이다. 테라스 자리도 작게 두 테이블정도 있지만 이 날은 날이 흐려 안으로 들어갔다. 흐린 날과 잘 어울리는 마치 카페 제목처럼 말러의 교향곡과 같은 카페분위기.
나이 지긋하신 사장님께서 친절한 미소로 맞이해주는 '교양 있는 어른의 친절함'에 미소 지어지는 카페다. 이번에는 이 카페와 어울리는 필름카메라를 들고 방문했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사장님께서 노래도 분위기에 맞게 선곡해주신다. 우리가 처음 갔을 때에는 아직 사람이 많은 시간이 아니어서 노래를 크게 틀어주셨는데 사람들이 많이 오기 시작하니 대화하기 좋도록 소리를 낮춰주시는 것 역시 기분 좋은 배려라고 느꼈다. 이 날은 특히나 진한 밀크티가 진짜 맛있었다.
카페 곳곳에 전시된 작품들과 오래된 음향장비가 잘 어우러진다.
북촌 내에서도 SNS와 북적거림이 굳이 필요없다 하는 분들에게 북촌 데이트를 할 때 꼭 방문해 보라고 강추하는 카페이다.
북촌에서 작은 영국을 느낄 수 있는, 마칸틴
작은 영국의 찐한 스콘과 까눌레, 깜파뉴를 파는 베이커리이다. 정말 아담한 공간이라 한 팀씩 입장하라고 적혀있는데 그렇다고 대기가 길지 않아 북촌 데이트를 할 때에는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빵집이다.
이 날은 정말 럭키비키 해서 카페에 있는 동안 비가 내리고 우리가 다시 나오니 비가 멈췄었다. 비가 오면 스콘을 더 만드시지 않는 사장님께서 얼마 안 남은 스콘을 할인하고 계셔서 잽싸게 남은 스콘을 털어왔다.
지난 북촌 데이트 때에는 바질스콘과 깜빠뉴를 샀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까눌레와 치즈&옥수수 스콘, 플레인 스콘을 담아왔다. 사장님은 언제나 그러셨듯 친절하시게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재료가 있는지 물으시곤 갈 때 손에 꼭 시식빵을 쥐어주신다. 다음에 또 방문할 이유가 생겼다.
북촌에 새로 생기는 핫한 카페나 베이커리도 많지만, 북촌이 오래 살아남은 골목이 된 이유처럼 골목골목 오래도록 유지하는 가게들이 참 많다. 그리고 나이보다 올드한 우리는 그런 북촌 데이트를 곧잘 즐기는 편이다. 우리가 즐겨가는 곳들을 다음 북촌 데이트 때 다들 가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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