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요일에 다녀온 '경복궁 별빛야행'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지난 상반기에도 티켓팅에 도전했으나 실패했었던 쓰라린 기억에 이번에는 절치부심하여 티켓팅에 성공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다녀왔던 경복궁 별빛야행 후기와 티켓 예매 방법에 대해 정리했다.
티켓 예매
경복궁 별빛야행 및 창덕궁, 덕수궁 등등의 야간 행사는 모두 티켓링크를 통해 이루어진다. 예약 방법은 모두 동일하다. 곧 있을 덕수궁 밤의 석조전에서도 동일하게 예약하면 되니 익혀두면 좋다. 먼저 페이코로 로그인한 후 예매하면된다.
상반기만 해도 무조건 티켓팅이어서 완전 실패했었는데, 하반기가 되며 이렇게 놓치는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보완이 되었다. 사전 예약권 추첨제라고 하는데 미리 사전 예매를 할 수 있도록 추첨을 먼저 받은 후 잔여석을 일반 예매로 푸는 형태다. 우리는 사전 예매는 놓치고 일반 예매 오픈 날만 기다렸다!
- 사전 예약 당첨자는 국가유산진흥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당첨자 개별 문자가 온다.
사전 예약 추첨에서 떨어져도 잔여석 일반 예매가 있어서 기회가 두 번이나 주어지고, 의외로 잔여석 일반 예매가 시작했을 때 저번 상반기보다 수월하게 예매가 가능했다.
1. 날짜와 회차를 누르고 예매하기 버튼을 누른다. 단점은 예매가능좌석 여부가 이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우선은 어느 회차든 누르고 예매하기로 넘어가는 게 좋다.
2. 보안문자를 입력해야 하는데 한 번 하면 끝이 아니고 다시 첫 화면으로 넘어가면 매번 보안문자를 입력해야하는 듯 했다. 따라서 '뒤로'를 누르지 말고, 회차변경을 눌러서 날짜나 시간을 바꾸는 게 좋다.
3. 자리 배치도가 뜨는데 빈 자리는 네모칸이 색칠되어 있다. 네모칸을 누른 후 다음단계로 넘어간다. 우리 좌석은 출입구 옆쪽이었는데 다행히 방이라 출입구쪽이 보이지 않고 국악무대를 정면에서 볼 수 있다. 시야가 가려지지 않아 좋다.
4. 위에 벅스 이용권에 현혹되어 체크하면 안 되고 그 밑부분 권종의 숫자를 원하는 수로 바꿔준 후 1~2명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5. 주문자 정보 확인 후 예매자 확인 부분과 오른쪽 취소 부분에 동의 체크 3가지 모두 해야 넘어갑니다. [현재는 경복궁 별빛야행은 예매 자리가 없어 예로 다른 축제를 열었지만 방법은 동일]
6. 오른쪽 아래 PAYCO 간편결제를 하면 미리 등록해둔 카드나 포인트로 결제가 가능해서 더 빠르다.
경복궁 별빛야행 후기
드디어 경복궁 별빛야행 당일.
오전 11시에 확정 문자가 오는데 이때까지 날씨 상황을 보고 취소를 해야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다행히 우리는 예보상 일정대로 진행이 가능하다고 문자가 왔다.
https://place.map.kakao.com/235742505
우리가 가야하는 곳은 계조당이라 경복궁 주차장 쪽 출입구로 들어가야 한다. 주차장을 지나가면 아래 사진처럼 방향을 안내해주는 표지판이 있어 길을 헤매지 않는다.
- 화장실을 가고 싶다면 계조당 앞 예약자 확인을 하기 전에 화장실을 미리 가두자. 예약자 확인 후 화장실을 가고 싶다면 다시 번호표를 반납하고 다녀와서 다시 받아야 한다.
예매자 확인
왼쪽 사진에서 보이는 곳에서 예매자 확인을 해주시는데, 번호가 붙은 작은 주머니를 주신다. 이 번호표가 달린 작은 가방을 보고 저녁 식사 자리를 안내해주기 떄문에 잘 보이도록 해야 한다. 안에는 가이드 투어를 위한 수신기가 들어있다.
20분 전부터 예매자 확인을 하는데 우리는 15분 전쯤 도착했던 것 같다. 날이 꼭 비오기 전처럼 무더워 일찍 도착한 걸 약간 후회하긴 했지만 기다리며 다들 조명에 비친 궁궐 담벼락과 계조당 사진을 찍느라 다들 정신없었다.
오늘의 컨셉은 왕으로부터의 초대!
우리를 귀한 분이라 부르며 실제 조선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연기하신다. 처음에는 약간 오글거렸는데, 이 밤의 어두움이 부끄러움을 가려주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즐기는 것도 좋은 듯 했다. 7시 40분. 저녁을 먹기엔 늦은 시각이니 서둘러 저녁을 먹으러 외소주방으로 향했다.
외소주방에서의 저녁 만찬
경복궁 달빛야행은 생각보다 더 섬세하고 디테일이 있었다! 처음 대기한 장소부터 외소주방까지 이동하는 동선은 모두 발 밑이 어둡지 말라고 작은 조명을 설치해둬서 어둡지 않았고 이동할 때 계단이라던지 턱이 있는 곳은 따로 배치된 안내원분들이 손전등으로 밝혀주며 주의를 주었다. 정말로 대접받는 느낌!
외소주방에서는 상궁? 마마님?의 안내를 받는데 입장하고 받은 번호를 보고 각자의 자리로 안내해주신다. 우리는 국악공연을 정면에서 관람할 수 있는 방 안으로 안내받았다.
미리 준비된 상과 메뉴판.
사실 이 날 생각보다 날이 무더워서 (정말 말도 안 되게 습했고) 선풍기라도 기대했는데 ㅜㅜ 그런 거는 당연히 문화재 안이라 그런지 없었다.(아직 날이 무덥다면 꼭 선풍기, 모기기피제를 준비하기)
국악공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식사 메뉴를 알려주시고, 보자기를 풀어 식사를 각자 준비하는 동안 국물을 따뜻하게 따라준다고 안내해준다.
정갈하게 준비된 저녁상.
양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고, 우리는 뒷 타임이어서 배가 고파서 빠르게 먹긴 했지만 식사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진 않다.
메뉴는 채식 메뉴와 일반 메뉴로 나뉘는데, 채식메뉴는 따로 1일 전까지 요청을 해야 준비해주신다. 우리는 둘 다 일반 메뉴였는데 미리 준비된 음식이어도 막 차갑다는 느낌이 없이 따뜻했고, 골고루 맛보기에 딱 적당한 느낌!
사실 저녁상의 퀄리티를 기대했던 건 아닌데 미리 준비된 음식인데도 꽤 훌륭한 편이었다.
- 화장실 이용은 식사 후 잠깐의 시간을 주는데 사진찍는 시간과 화장실 이용 시간을 포함해서 정말 잠깐 주기 때문에 화장실을 이용하실 예정이라면 서두르는 게 좋다. 식사 후 화장실을 다녀오면 다음 순서부터는 따로 화장실갈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때를 활용하는 게 좋다.
자경전&흥복전
본격적으로 궁궐을 구경할 시간이다. 미리 나눠준 수신기를 확인하고, 외소주방 앞에서 작은 호롱불을 받은 후, 생물방 앞에 모였다. 바로 옆은 교태전과 강녕전인데 여기는 경복궁 야간 개장으로 불이 들어와 있고, 조금 더 사람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한 발 떨어진 곳에서 이런 조용하고 어두운 곳이 있다니. 마치 왕과 왕실을 위해 조용히 일하는 곳, 생물방과 소주방 그 자체와 같이 느껴졌다.
고종이 대왕대비 조씨를 위해 정성껏 지었다는 자경전. 왕이 되는 건 언감생신이었을 고종이 왕이 된 후엔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보게 했다. 십장생 굴뚝까지 봤는데 낮에 뒷 배경과 같이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장고
장고에서는 짧은 극이 준비되어 조선시대때 이 곳이 어떤 역할을 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정말 '밥에 진심'인 민족이 아닐까. 옛 장고마마와 나인들이 어떻게 장독대를 지켰는지, 얼마나 신경썼는지 고루하게 설명하지 않고 극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런 면에서 별빛야행을 준비할 때 스토리텔링까지 신경을 썼다는 게 느껴졌다.
짧지만 극 관람 후 사진 찍을 시간도 주었다. 안내해주는 분들께 부탁하면 사진도 다들 열심히 찍어주신다.
집옥재&팔우정
궁궐투어의 하이라이트같은 느낌! 집옥재는 고종의 서고였다고 한다. 시대가 주는 흔적이랄까? 벽돌을 사용한 점도, 팔우정의 층고도 조선시대가 얼마나 긴 세월 유지되었는지 그 흔적을 보여주는 듯 했다.
조명이 밝혀주는 집옥재는 더욱 신비롭게 다가왔다. 마치 금기된 구역을 들어갈 수 있게 된 거 같은 느낌? 궁궐 내부 깊숙하게 들어와서 그런지 우리만의 아지트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옥재 내부는 서재처럼 잘 꾸며져 있었고, 고종의 어진도(진짜일까?) 있었다. 천장의 화려함과 내부의 차분함이 아이러니한데 잘 어울렸다. 전체 인원이 많지 않았지만 두 팀으로 적당히 나눠서 팔우정과 집옥재 내부 관람을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
건청궁 & 향정원
건청궁은 경복궁 재건 후 궁 안의 궁처럼 만든 것도 흥미로운 사실인데, 조선 처음의 전구를 설치한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에디슨의 전구를 처음 가져와 향정원쪽에 발전기를 설치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준비한 작은 극의 내용처럼 고종은 정말 당시의 혼란한 정세에 어떤 마음이었을까? 흥선대원군의 그늘 아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조선을 밝게 점쳤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소였다.
건청군 내부로 들어가면서 사람 형상이 보여서 다들 마네킹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진짜 사람이었던 약간의 에피소드. 처음 전구에 불이 들어왔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를 경복궁으로 초대한 까닭이 바로 이 밝은 전구 때문이었다는 스토리로 향정원에 불을 밝혀 두었으니 향정원을 가보도록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연못에 비치는 밝은 향정원의 모습이 정말 예뻤다. 다리에 출입금지 푯말이 작게 있지만 오늘만은 허락된 짜릿한 고종의 허가.
향정원으로 가는 길 아래를 내려보면 연못에는 연잎도 가득하다. 한여름에는 연꽃도 활짝 폈을텐데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듯 연꽃이 졌다.
연꽃도 졌으니 얼른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마치 정말 조선시대 고종의 초대를 받은 귀빈이 된 것처럼 우리를 안내하는 상궁?분이 '퇴궐'하시면 된다는 이야기로 경복궁의 별빛야행은 마무리했다. 시작했던 계조당에서는 마지막으로 선물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마치 조선시대 궁궐 속 비밀 이야기를 슬쩍 듣는 기분이 들었던 해설사분의 설명과 컨셉 확실하게 마지막까지 연기하시는 상궁분들과 우리의 발걸음만 보고 빛을 밝혀주시는 경호해주시는 분들의 배려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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