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니 지난 4월, 제주도에게는 봄의 끝자락이었던 제주 여행을 더듬어보려고 한다. 남편을 만나고부터는 항상 차를 렌트했었는데 이 날은 남편 출장을 따라온 상황이어서 차 없이 오랜만에 버스와 뚜벅이로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 여자 혼자 제주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여행하기에 좋은 코스였어서 코스를 나눠보려 한다.
제주동문 시장
공항에서 이동할 때 버스를 이용해야 해서 시작 포인트로 잡았던 제주동문시장.
제주공항에서 버스로 25분 정도의 거리이고 여기를 기점으로 다시 공항방향으로 천천히 걸으며 여행을 하기 위해 잡은 곳인데 사실 제주사람이면 이제는 여기에서 안 산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던터라 구경만 하고 왔다.
시장 초입에는 푸드트럭에서 파는 음식들을 파는 곳도 있고, 시장 내부에는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품이 될만한 과일들을 팔고 있다.
제주공항 근처 하나로마트에서보다는 과일이 쌌지만 제주 동네에서 가는 마트보다는 가격이 훨씬 비싸니 맛을 보려면 굳이 여기에서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무화과 한입
위치 및 기본 정보
위의 동문시장이라고 적힌 입구 방향으로 나온 뒤에 물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나오는 북카페.
주차는 따로 되지 않지만 근처에 복수구 공영주차장이 있어 거기에 주차하면 될 듯 하다. 전통적인 제주 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작은 카페이다.
오픈 시간
- 화요일~일요일 :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 휴무일 : 월요일, 설당일
카페 후기
입구에서 딱 들어가면 이렇게 정겨운 모습으로 반긴다. 제주 특유의 돌담이 이국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외지인 마음을 저격하는데, 또 개냥이까지 반겨준다. 고양이의 애교를 받으며 웃으며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가 크지 않는데, 그렇다고 엄청 북적이지도 않다. 앉아있는 시간 동안 손님이 꾸준히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꽉 차지도 않아서 책을 읽기에 딱 좋았다. 전반적으로 따듯한 분위기인데 저기 보이는 난로와 그 위의 주전자가 그 분위기를 더 해주는 기분이었다.
약간 날씨가 흐리고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이라 우중충할 수 있는데 전반적인 카페 인테리어가 따뜻해서 그런지 전혀 밖의 우중충한 날씨가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여자 혼자 오기 좋은 카페인게 이렇게 예쁜 자리를 앉을 수 있다. 담장과 나무들이 보이는 자리가 운치있고 카페 여기저기 그냥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많아서 골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한창 버터바에 빠져있던 때라 밥 먹은 직후인데도 무리하게 주문했던 버터바와 나의 시그니처 라떼. 그리고 사장님께서 그냥 먹어보라고 주신 귀여운 딸기.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와 잘 어울리는 따뜻한 배려가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도 있고, 사실 안쪽으로는 작은 서점처럼 책들을 큐레이터해서 전시하고 있었다. 대형서점에서 추천하는 책과는 다른 장르와 독립서점 특유의 개성 있는 도서 선정, 제주도만의 느낌이 있는 책을 선정해 두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읽으려고 가져간 책이 있었는데 자리에 앉아 비치된 도서들을 구경하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겠다 싶은 책이 있어 읽고 왔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신도시 한복판이었어서 그런지 이렇게 우리 동네만의 특색을 느끼기가 어려운데, 한창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답답하다고 느꼈을 곳이지만 제주의 한 마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얼마나 엄청난 추억이었을까 싶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제주목 관아
위치 및 기본 정보
무화과 한입에서 천천히 걸어서 1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제주목관아 돌담을 따라 제주올레길 17코스가 있어서 올레길을 걷다 들리기도 좋을 듯 하다.
관람료는 성인이 1,5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는 400원이며 주차 가능하다.
오픈시간
- 연중 무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 야간 개장 무료입장(월, 화 제외/ ~10월 31일까지) :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실제 후기
입장료가 저렴해서 그런지 스냅촬영으로 유명한 곳인 듯했다. 당시 평일이어서 한적했는데 입구에서 제주목 관아를 들어갈지 고민하면서 설명을 보고 있을 때 스냅작가라고 하는 분이 스냅촬영 제의를 하셨다. 당연히 정중히 거절했지만 스냅촬영을 많이 할 만큼 예쁜 곳이겠지 싶어 냉큼 들어가서 구경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아쉬웠는데 날씨가 좋았다면 한국적인 분위기로 사진 찍기 좋은 곳 같았다. 실제로 스냅인건지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작가를 대동하고 한복을 입고 사진을 많이 찍고 있었다.
디지털 자료 전시도 있었고, 생각보다 널찍하니 잘 되어 있었다. 관아였다보니 형벌 체험도 할 수 있게 이렇게 되어 있다. 남편이랑 같이 있었음 저기 앉혀두고 주리를 틀어봤을 텐데... 하면서 오랜만에 하는 혼자 여행에 어색해하며 구경했다.
한복을 입고 있는 여자들과 사진 작가들..... 저렇게 한복을 입고 있지만 다 중국인이어서 놀랐었다.
오래된 나무와 관아의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라 좋았다. 제일 안쪽으로 가면 망경루라고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있어 올라가 보았다.
연희각과 홍화각이 다 내려다보였다. 제주목관아는 좋았던 점이 실제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그래서 스냅 촬영을 많이 하는 듯하다) 나무가 은은하게 관아 건물과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실 걸어오는 돌길을 따라 양옆에 나무가 드리워져 있기도 해서 사진찍기에 정말 좋아 보이는 곳이 곳곳에 있었다. 한 바퀴를 쭉 돌고 나면 화장실이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어 올레길을 걷다가 들리기에도 참 좋을 듯했다.
해가 긴 여름철부터 10월 31일까지 야간 개장을 한다고 하는데 내년에도 시간 여유가 되면 야간개장을 할 때 와서 둘러보고 싶다.
용연계곡
위치 및 기본 정보
제주 공항에서 차로는 10분 거리이다. 계곡에서부터 바닷가를 따라 올레길 17코스가 이어지는 곳이라 뚜벅이 여행자들이 잠깐 들리기에 좋다.
사실 3년 전 부모님께서 강아지를 데리고 한창 날 좋았던 5월, 제주 한달 살이를 하실 적에 다녀오시면서 보내주셨던 인증샷을 보고 그동안 제주 여행을 그렇게 하면서 여기를 몰랐다니 놀랐던 곳이라 꼭 한 번 와봐야겠다 싶었던 곳이다.
나보다도 먼저 가봤던 우리 집 강아지와 용연계곡을 찍은 사진.
실제 후기
당시 날씨가 흐려서 물 색이 잘 보이려나 싶었는데도 오묘한 색이어서 신기했던 용연계곡이다. 계곡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길도 잘 되어 있고, 옆쪽에는 공원도 있었는데 4월에는 유채꽃밭이어서 사진찍기 좋은 곳이었다. 유채꽃밭을 지나 공원 안 쪽으로 좀 더 가면 공용화장실도 있었다.
바다로 이어지는 물이라 색이 예쁜 건지 물색이 참 오묘하고 이국적이다. 날씨가 흐릿흐릿하다 결국 비가 한두 방울 내리기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한두 방울 내리는 비를 맞으며 조금 걷다 보니 대학교 4학년이 시작하기 전 겨울방학에 제주도로 이 주간 내려와서 여행을 했던 기억이 나면서 마치 다시 대학생이 된 기분이 들었다.
섬치고는 꽤 넓은 제주라 운전을 하기 시작하고 나서는 렌트를 해서 편한 여행을 했던 거 같은데 뚜벅이에게도 사실 제주도는 열린 여행지였던 것 같다. 제주 공항에서부터 제주도를 호기롭게 가로질러 서귀포 어느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던 대학생 시절처럼 길바닥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강제로 주어지기도 하고, 대중교통의 불편함도 오랜만에 느껴보면서 여자 혼자지만 쭉 따라 걷기 참 좋았던 코스를 되짚어보기 좋은 시간이었다.
제주도를 그렇게도 왔는데 제주공항 근처라 오히려 이런 예쁜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던 거 같기도 하다. 근처에 사실 추천받았던 북카페가 있었는데 하루에 두 번 카페를 가긴 힘든 것 같아 포기하고 못 갔던 곳이 있어 같이 추천하고,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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