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퀘테레는 우리의 이탈리아 여행 계획의 꽃이었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숙박을 할지 고민하다가 방향을 틀어 친퀘테레에서 하이킹도 하고, 노을도 보고 야경도 보고 오자며 다짐했다. 하지만 2년 전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보다 낮았던 기온덕에 날아다녔던 우리만 생각했지,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탈리아의 여름은 무섭게 무덥다는 걸 계획을 짤 땐 알지 못했다.
어찌 보면 계획은 실패이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니 그것도 추억이 된 친퀘테레 여행을 적어보려고 한다. 피렌체에서 친퀘테레 가는 방법과 친퀘테레 카드에 대해서도 정리해 보았다.
친퀘테레 여행 계획
우선 친퀘테레는 이탈리아어로 cinque + terre 로 다섯 개의 땅(지역)을 말한다. 그래서 실제 친퀘테레라는 지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다섯 개의 작은 마을들 몬테로소, 베르나차, 코르닐리아, 마나롤라, 리오마조레 이 마을들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피렌체에서 피사를 거쳐 당일치기로 친퀘테레를 여행하기도 하고, 밀라노에서 근교 마을로 친퀘테레를 여행하기도 한다. 친퀘테레를 누군가는 트레킹을 위해서, 누군가는 해변에서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서, 누군가는 노을과 야경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서 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우리는 당차게도 이 모든 목적을 합쳤다. 우리의 계획은 이랬다.
피렌체 숙소에서 체크아웃 후 기차타고 라스페치아 역에 도착
라스페치아 숙소에 체크인 후 베르나차 마을에 와서 점심 먹기
베르나차 - 몬테로소 구간 하이킹
몬테로소에서 기차 타고 마나롤라로 넘어가기
마나롤라에서 노을보고 저녁 먹고, 야경 보기
다시 라스페치아로 돌아오기
피렌체에서 당일치기로 피사를 거쳐 친퀘테레를 돌고 다시 피렌체로 돌아가는 일정보다야 우리의 일정은 간단하고 실행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친퀘테레의 5개 마을 중 무리하지 않고 세 곳만 들리기로 한 우리는 욕심을 비웠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이 마을들의 숙소는 너무 경사가 심한데 가격도 적합하지 않다고 느껴서 라스페치아 역을 무조건 거쳐야 하니 더 저렴한 가격에 라스페치아 지역에 숙소를 잡았다. 친퀘테레는 유럽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역에서 표를 구매하면 대기가 심하니 미리 친퀘테레 카드도 고심해서 구매했다. 계획은 완벽했다.
친퀘테레 여행의 현실
30대 직장인 두명이 7월 37~38도 날씨에 매일 만 오천보 이상 걷는 안 하던 짓을 일주일 한 후 도착한 친퀘테레의 여행은 망했다.
피렌체에서 라스페치아에 도착한 후 약간은 이탈리아 북부로 올라왔다는 것에서 기온이 낮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맞았다. 아주 약간, 감질나게 낮다. 대신 습하다. 한국만큼 습하진 않지만 로마, 피렌체에 비해 습했다. 우리는 라스페치아의 에어비앤비까지 10분이면 걸어갈 것을 나의 실수로 30분을 돌길을 캐리어를 끌고 돌아 얼리체크인을 해줬음에도 넋이 나가버렸다.
조금 쉬면 컨디션이 회복이 되겠지 싶어 점심을 집에서 먹고 천천히 나갔다.
친퀘테레 사이트에 들어가면 엄청 친절하게 기차 시간표가 나와있다. 마치 그동안 이탈리아의 변덕스러운 기차 도착시간에 지쳤지? 우리는 좀 달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는 정시에 출발할게. 하는 느낌으로.
라스페치아에서 베르나차로 가는 기차를 타고 기다렸다. 두 마을 간 거리는 기차로 25분이면 가는데 30분을 기다려 겨우 출발을 했다. 원래의 계획대로면 베르나차에서 몬테로소로 하이킹을 해야 하는데 2시간 정도 걸리는 산길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베르나차는 정말 작은 도시라 기차역에서 해변(정말 작은 해변이라 포지타노 같은 해변을 찾는다면 못 찾을 수 있다)까지 그냥 걷기만 하면 5분이면 도착한다.
오늘의 일정은 밤까지 있는데 남편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내가 너무 기대한 걸 알고 있어서 힘든데 힘들다고 말을 못했는데도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
하이킹은커녕 다른 마을도 못 다닐 정도로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결국 다른 마을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다시 라스페치아로 돌아가기로 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우리가 싸우지 않기 위해 내린 원칙인 한 명이라도 힘들면 하지 않기를 행동으로 처음 보여준 날이었다.
돌아갈 때에도 역시나 기차는 시간을 맞춰 오지 않았고, 몬테로소에서 가득 차서 와서 앉을 자리도 없었다.
다행히 라스페치아에서는 상태가 많이 좋아져 라스페치아를 살짝 돌아볼 수 있었고 마음을 내려놓고 보니 라스페치아도 좋아서 하루를 쉬어가는 일정이 다음날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사실 친퀘테레 여행을 시작도 못해본 기분이라 포스팅을 하지 않을까 하다가 우리의 일정을 공유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후기를 적고 있다.
피렌체에서 친퀘테레/라스페치아 가는 법
피렌체에서 친퀘테레 마을을 가려면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 (차량 렌트는 논외로 하자) 하지만 앞서 말했든 친퀘테레 마을들은 작은 마을이라 바로 피렌체에서 갈 수 없고 라 스페치아라는 마을에서 내려서 더 작은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1.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라 스페치아 첸트랄레 역 가기
피렌체에서 라스페치아까지 가는 열차는 트렌이탈리아에서만 예매가 가능하다. 2등석으로만 구매 가능하며 지정석이 아니기 때문에 기차 출발 시간보다 무조건 일찍 가서 대기하는 것을 추천한다.
From에 Firenze S.M.Novella 찾아 넣기 - To에 La Spezia Centrale 찾아 넣고 날짜, 시간 입력하기
피렌체에서 라스페치아까지는 2시간 34분 정도 걸리고 환승을 해야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CONTINUE 누르기
- 피렌체에서 라스페치아 가는 길에 피사가 있다. 피렌체 - 피사 - 친퀘테레로 여행 계획을 잡을지 생각해 보기
예매자의 개인 정보를 입력한다. contact number는 작성할 필요가 없고, 만약 2명 이상이라면 동승자의 정보도 같은 방식으로 입력한다. 입력 완료 후 CONTINUE 버튼 누르기
결제 방식 선택 후(카드 결제인 경우는 위의 화면처럼 그대로 두고) 동의에 클릭, CONFIRM 버튼 눌러 결제 진행
2. 라스페치아 역에서 친퀘테레 마을로 가는 법
라스페치아 역에서 친퀘테레 각 마을로 갈 때에는 배를 타거나 기차를 타는데 기차를 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페리 위에서 노을 지는 마을을 보면 정말 좋을 거 같아서 페리를 타는 방법도 찾아봤었는데 가격대가 기차보다 높고, 역에서 선착장까지 가야 하고 시간대가 더 적으며 우선 후기가 별로 없어 기차를 타는 것으로 결정했었다. 그래도 우리처럼 체력이 엄두가 안 날 경우에는 페리를 편도로 타고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 같다.
페리는 3월부터 11월까지만 운행하고 아래는 페리 운행 시간표이다.
페리 운행 가격은 하루짜리, 2시 이후, 한 번만 타는 거에 따라 가격이 다르며 성인과 어린이의 비용이 다르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고하기
기차표를 구매하는 방법은 1. 온라인으로 친퀘테레 카드를 구매하기 2. 라 스페치아 기차역에서 기차표(친퀘테레 카드 또는 1회용 티켓)를 구매하기 이렇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친퀘테레 마을을 하루에 2~3곳 이상 갈 예정이라면 친퀘테레 카드를 구매하는 게 낫고 라스페치아에서 한 마을 정도만 보고 돌아올 예정이라면 각각의 표를 라스페치아 역에서 구매하는 게 낫다.
https://maps.app.goo.gl/fKknEDWnJHupKJGBA
친퀘테레 카드
친퀘테레 카드는 친퀘테레 마을을 통합하여 여러 마을을 한 번에 여행할 경우 고려하면 좋은 카드이다. 친퀘테레 카드는 크게 1. 친퀘테레 트래킹 카드 2. 친퀘테레 TRENO 카드, 두 가지로 나뉜다.
주의할 점은 1 DAY, 2 DAYS와 같은 일일권을 구매할 경우 24시간이 아닌 그날 하루로 한정된다. 예를 들어 10월 19일 이용가능한 표를 구매하면 개시 시간부터 24시간이 아니라 19일 12시까지만 이용 가능하다.
친퀘테레 마을을 가는 기차들은 성수기/비성수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친퀘테레 카드 역시 성수기에 가격이 더 비싸다.
1. 친퀘테레 트래킹 카드
트래킹 카드는 말 그대로 친퀘테레 마을 간 트래킹 길(몬테로소-베르나차, 베르나차-코르닐리아)을 입장할 수 있는 입장권 같은 개념이다. 주의할 것은 친퀘테레 기차표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추가로 각 마을의 역에 있는 화장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카드가 없는 경우에는 1유로씩 내야 하는 유료 화장실이다)
0세부터 3세까지는 무료입장이며 12세 이상부터 성인권을 구매해야 한다.
2. 친퀘테레 TRENO MS 카드
친퀘테레 트래킹카드의 혜택에 무제한 기차 이용권(친퀘테레 마을-라스페치아 간 지역 열차)을 포함하고 있다.
성수기/비성수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래의 가격표를 참고해야 한다.
초록색이 비수기, 노란색이 준성수기, 빨간색이 성수기이며 3~5월은 대체로 비수기이며 6월은 준성수기에서 성수기로 보며 7,8월은 대체로 성수기이다.
4세 이상 11세 이하의 자녀가 2명인 경우는 family 권을 고려해 봐도 좋을 듯하다.
우리는 1번의 트랙킹과 3번의 기차 이용을 계획했었기 때문에 편도행 기차표를 따로 구매하기보다는 친퀘테레 카드를 구매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었다.
친퀘테레 카드 온라인 구매는 아래 링크에서 가능한데 현재는 판매가 중지되어 있다. 추후에 판매가 재개되면 수정해서 구매 방법을 적어둘 예정.
https://card.parconazionale5terre.it/
라 스페치아
갑작스럽게 구경하게 된 라스페치아는 포르투갈의 라고스 같은 느낌도 들고, 호주의 케언즈 같은 느낌도 드는 그런 마을이었다. 친퀘테레보다는 넓지만 크지 않은 마을이라 둘러보기에도 적당했다. 해변을 따라 해수욕을 할 수는 없는 것 같지만 요트들이 있는 바닷가를 구경하기 좋게 잘 정돈되어 있고 해안을 따라 있는 공원도 운치가 있었다.
저녁으로 피자도 먹었는데 그렇게 인상 깊지는 않아서 인상 깊었던 카페를 추천하려고 한다.
https://maps.app.goo.gl/s4n5z9Y2ghzFSS9XA
날이 더웠고 우리 표정이 지쳐 보였는지 주인분께서 아이스 메뉴라며 추천해서 다짜고짜 당장 달라고 했던 커피 슬러시? 같은 메뉴인데 뭔가 크리미 하고 쫀득한 느낌도 드는데 진한 커피맛이 엄청 좋았던 음료?이다. 메뉴판을 보니 Crema di caffee 같은데 이 음료와 카푸치노 해서 6유로였다.
결론
친퀘테레는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해안 마을 5곳을 묶어 부르는 명칭으로 피렌체에서 많이들 간다. 비록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피렌체에서 기차 타고 친퀘테레 가는 방법과 친퀘테레 카드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친퀘테레를 가기 위해 거치는 곳이지만 라 스페치아(la Spezia) 마을도 한적하고 좋은 마을이니 기회가 된다면 들려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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